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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간 질환 악화시키는 원인 찾았다

슈퍼바이어 2015. 11. 4. 16:13

 

 

강견변증 환자의 간을 확대한 모습. 간 조직이 부분적으로 작은 덩어리를 이루면서 섬유화 조직으로 변해 있다. - 위키미디어 제공
간 경변증 환자의 간을 확대한 모습. 간 조직이 부분적으로 작은 덩어리를 이루면서 섬유화 조직으로 변해 있다. - 위키미디어 제공

 

 

 

국내 연구진이 간 경변증과 같은 만성 간 질환을 악화시키는 원인을 규명했다.

 

김상건 서울대 약대 교수팀은 만성 간 질환 환자에서 ‘소포체 스트레스’가 질환을 악화시키는 핵심 원리를 밝힌 두 가지 연구 결과를 소화기 연구 분야 학술지 ‘것(Gut)’과 ‘게스트로엔테롤로지(Gastroenterology)’에 각각 게재했다고 3일 밝혔다. 

 

소포체는 세포 내에서 단백질의 생산이나 지질·스테로이드 합성 등의 다양한 역할을 하는 세포 소기관이다. 소포체에서 단백질이 과도하게 만들어지거나 잘못된 단백질이 쌓이면 소포체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난다. 복부비만, 감염, 음주 등으로 간이 손상될 때는 소포체 스트레스가 생기는데, 그 동안 간의 생리와 병리 연구에서는 소포체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가 거의 없었다.

 

구자현 연구원은 간질환 환자의 간에서 간 성상세포가 증식하는 원인이 소포체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 ‘게스트로엔테롤로지(Gastroenterology)’ 10월 1일 자에 발표했다.

 

간 성상세포는 간질환의 하나인 섬유화 과정을 일으키는 세포로, 이 세포가 다량으로 늘어나면 건강한 간세포를 변형시켜 지속적으로 간 손상을 유발한다. 건강한 사람의 간에 비해 간질환 환자의 간에서 간 성상세포가 폭발적으로 증식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그 원인은 밝혀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먼저 소포체 스트레스가 일어났을 때 RNA 결합 단백질(hnRNPA1)이 줄어드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단백질의 양을 인위적으로 늘리자 간 성상세포 활성화가 억제돼 간 조직의 섬유화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포체 스트레스 때문에 간 성상세포가 늘어나고 간 조직이 망가지는 일련의 과정을 밝혀낸 것이다.

 

한편 같은 연구실의 한창엽 연구원은 동일한 기간 동안 간세포가 죽는 원인을 연구했다. 한 연구원은 소포체 스트레스가 간세포에서 PHLDA3이라는 단백질을 증식시키고 건강한 간세포를 사멸시킨다는 사실을 밝혀 ‘것(Gut)’ 5월 12일 자에 발표했다.

 

한 연구원은 간세포에서 PHLDA3 단백질의 농도가 높아지면 세포가 계속 생존하도록 하는 ‘생존신호 단백질(Akt)’이 억제되면서 간세포가 죽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수한 RNA 처리(shRNA)를 통해 PHLDA3 단백질을 억제하자 간세포가 사멸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이 밝힌 소포체 스트레스에 의해 간 질환이 악화되는 과정. - 서울대 약학대학 제공
연구팀이 밝힌 소포체 스트레스에 의해 간 질환이 악화되는 과정. - 서울대 제공

연구팀은 두 연구 결과를 통해 소포체 스트레스가 어떻게 간 질환을 악화시키는지 밝히는 데 성공했다.

 

김 교수는 “서로 상반된 두 연구 결과를 통해 세포에서 특정 단백질을 조절하면 간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간세포를 살리고 간 섬유화를 막을 수 있는 원리를 제시해 간 질환의 신약 후보 물질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kyunge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