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해 초 '창업국가' 이스라엘을 배워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창업국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벤처 창업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고, 이들의 국제 경쟁력도 상당하다.
이스라엘이 '벤처를 하면 망한다'는 인식이 강한 우리나라와 다른 이유는 뭘까. 이스라엘에서 만난 젊은 벤처 기업가들은 한결 같이 "회사가 직원들에게 재미를 줘, 직원들 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토록 한 것이 이스라엘 벤처의 숨은 경쟁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27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서쪽 대도시인 텔아비브의 하바젤가에 있는 벤처기업 ‘인피니티AR(InfinityAR)’ 사옥에서 만난 CEO 에넌 랜덴버그 씨는 기자를 끌고 회사 입구 안내데스크 옆에 놓여있는 여러 대의 ‘오락기기’를 보여줬다.
랜덴버그 대표는 “실내 인테리어를 그럴 듯하게 해두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저절로 쏟아져 나온다고 믿는 CEO들이 정작 일할 때는 관습에 얽매여 권위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진정으로 혁신을 바란다면 직원들과 재미를 공유해 그들과 진짜 친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피니티AR’은 구글 글라스처럼 현실 세계에 3차원의 가상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증강현실’ 기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는 업체. 회사 특성상 회의가 잦을 수밖에 없는데, 팀원들끼리 경직된 분위기의 회의실 대신 게임을 즐기면서 대화를 나누도록 한 것이다.
특히 연령 차이가 나는 직원끼리도 부담 없이 즐기도록 하기 위해 최신 오락기기가 아닌 핀볼, 자동차 경주, 갤러그 게임 등 과거에 유행하던 것들 위주로 구성했다.
랜덴버그 대표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처음 만난 사람일지라도 자기 마음에 들면 금세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며 “게임으로 즐거움을 함께 나눈 뒤부터 참신한 아이디어가 이전보다 더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의 국가별, 업종별 방문자 순위를 시각적으로 구현해주는 벤처기업인 ‘시밀러웹(SimilarWeb)’도 인피니티AR처럼 다양한 오락기기를 비치해 경직된 회의 분위기를 풀고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팀의 목표나 구호를 ‘회의는 최소화’, ‘실험·실패·배움·반복’, ‘스케치는 이제 그만, 개발 시작’과 같은 재치있는 문장으로 만든 뒤, 액자에 넣어 벽에 걸고 팀원들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회사의 브랜드전략 담당자인 다니엘 부측 씨는 “즐거움과 동기부여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당연히 줘야 하는 가장 작은 배려”라며 “이를 제공하지 못하는 회사는 이미 경쟁력을 잃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사이언스 이스라엘 텔아비브=전준범 기자 bbe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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